어제 미국에서의 첫날은 우리 가족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하루였다. 오랜 비행의 불편함과 시차 적응은 잠시 미뤄 두고 비교적 빡빡한 첫 일정을 강행한 탓이었다.
여행자에게 여유로움이란 한낱 허상에 불과하다. 대부분 여행 전 그런 여행을 상상하지만 여행지에 도착하는 순간 오랫동안 숨겨 둔 애인이라도 만나려는 듯 조급해진다. 좋은 여행이란 자신의 감성과 육체적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무리하지 않고 다니는 것이다.
조식이 포함되지 않은 탓에 우리는 간단한 차 한잔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오늘 가게 될 금문교 건너 마린 카운티(Marin County)에 위치한 소살리토(Sausalito)에 가서 이른 점심을 먹기로 했다.
- 금문교(Golden Gate Bridge) 월컴센터 -
금문교는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한 곳이다. 이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무수한 영화 속에서 경쟁이라도 하듯이 금문교가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밝은 주홍색(또는 붉은색 이라 주장하는 이도 있다)'의 다리는 한번 보면 잘 잊혀지지 않는다. 이 색의 공식명칭은 '인터내셔널 오랜지(International Orange)'.
웰컴센터(Welcome Center)는 금문교를 둘러보는 여행의 시작점이다.
금문교 1937년 완공 되 이래로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가 되었지만, 건설이 매끄럽게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이 역사의 시작은 당시 이미 400여 개의 교량을 설계한 바 있는 유명한 건축가 조셉 스트라우스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이미 1928년부터 샌프란시스코 만을 연결하는 금문교 건설을 꿈꾸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리가 강한 조류를 절대로 견딜 수 없을 것이며, 주변의 부동산 가치를 떨어뜨리고, 경관을 해칠 것을 염려하여 반대했다. 그 계획을 중단시키기 위해 무려 2,000 건 이상의 소송이 제기되었다.
스트라우스는 굴복하지 않았고, 1930년 마침내 채권 발행 승인을 받아냈다. 그러나 대공황이 미국을 엄습한 당시, 건설을 시작하기 위한 최초의 600만 달러의 채권을 사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침내 스트라우스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설립자인 에이피 지아니니를 찾아갔다. 지아니니 역시 캘리포니아의 발전을 위해 전적으로 봉사할 것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지아니니가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이 다리의 수명은 얼마나 될 건가요?How long will this bridge last?" 스트라우스는 대답했다. “영원합니다!(Forever)” 지아니니는 “캘리포니아는 그 다리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그 채권을 사겠습니다.” 드디어 1933년에 금문교 건설이 시작되었다.
금문교는 지금도 1년 내내 페인트 공사를 한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페인트칠을 하는데 1년이 걸린다. 그럼 또 처음부터 페인트칠을 시작한다. (Source: https://www.voakorea.com/learning-english/welcome-america/welcom-america-072507-101466964)
우리는 다리를 걸어서 건너 보기로 했다. 그러나 이내 포기했다. 생각보다 너무 거리가 길기도 했고(2700m), 아직 이른 아침이였고 오늘 많은 일정이 남아 있었다. 어느정도 체력을 비축해 두지 않는다면, 여행이 아니라 고행(苦行)이 될 수도 있다. 재빠르게 택시를 탓고, 다리를 건너 다른 뷰포인트로 가기로 했다.
금문교를 바라 볼 수 있는 여러개의 뷰포인트가 있다. 다리를 건너기 전 웰컴센터(인포메이션 센터 역할), 포트포인트(Fort Point)가 남쪽에 위치해 있었다. 다리를 건너가면 다리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비스타포인트(Vista Point), 언덕위에서 다리와 다운타운을 동시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배처리 스펜서(Battery Spencer) 등이 있다.
우리는 일단 배터리스펜서를 들르고 비스타포인트를 거쳐 소살리토로 향하기로 했다.
- 금문교(Golden Gate Bridge) 배터리 스펜서(Battery Spencer) -
- 금문교(Golden Gate Bridge) 비스타 포인트(Vista Point) -
금문교는 바다 건너 사는 사람들은 출퇴근길에 심드렁하게 건너는 다리일뿐이다. 다리에 대해서 그들보다 오히려 우리 여행자들이 더 많이 알지도 모른다. 우리가 오렌지색의 거대한 6차선 다리를 보면서 웅장함에 감탄할 때, 그들은 교통체증 정도에나 신경을 쓰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일상속에서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을 잊고 산다. 그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가끔은 여행자의 시선에서 다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일상을 여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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