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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stern US - 미국서부/Western US - 샌프란시스코

About San Francisco - 서부를 시작하다

 

San Francisco - 여기는 어디일까?

거대한 부자동네, 샌프란시스코

첫 번째 방문지로 선택한 샌프란시스코.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이번 여행의 컨셉은 미국이 처음인 와이프와 딸아이의 의견을 모아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미국 서부 탐구였다. 1번 해안 도로와 요세미티, 그랜드캐년 등 대자연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LA 등 미국을 가보지 않은 자들에게도 친근한 도시들이 자리 잡은 서부는 첫 번째 미국 여행으로 최선의 선택이었다.
가장 합리적인 동선을 고려하여 여행의 출발지를 결정해야 했고, 그곳이 샌프란시스코가 된 것이다. 

내가 조금 어린 나이였다면 스탠포드같은 명문 대학가와 페이스북이나 구글, 애플 같은 거대 IT기업들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에 관심이 갔을 것이다. 이제 나에겐 그런 곳을 돌아보며 자극을 필요로 할 어떤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여행을 계획하는 할 때부터 이곳은 열외가 되었다. 

서울의 5분의 일 크기에 약 90만명의 도시. 우리나라의 서울과 경기도 일대가 하나의 생활권인 것처럼 주변의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San Francisco Bay Area, 동쪽의 오클랜드와 남쪽의 산호세까지 포함)를 포함하면 8백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거대한 지역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우리가 아는 것 보다 깜짝 놀랄 만큼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살아갈 수 있는  도시다. 2018년 기준으로  샌프란시스코 주택의 80% 이상이 100만 달러 이상이다.  평균 집값은 약 15억원.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19.6%만이 100만 달러를 넘겼으며 뉴욕의 부촌인 롱아일랜드 조차 단지 10%만이 100만 달러 이상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집값이 얼마나 살인적인지 알 수 있다.  

당연히 생활비도 만만치 않은 곳이다.
비영리 싱크탱크인 한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가족을 부양하는 데 있어서 가장 비싼 대도시 지역이라고 한다.
이 지역에서 부모와 두 자녀로 된 4인 가족 한 가정의 기본 생활비 예산은 연간 14만 8439달러(약 1.7억).
미국의 중간 가계소득이 연간 3만 8203달러(약 4천8백만 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3배 이상의 생활비가 필요한 곳이다. 웬만한 경제력이 아니고는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가자라는 말은 함부로 할 수 없다. 이 정도면 이곳에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어떤 특권 내지는 권력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생각된다. 

미 주택도시개발부(HUD)가 최근 발표한 소득 한계 지표에는 보통 사람들에게 또 한 번 좌절감을 안긴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저소득층 상한선을 11만 7천400 달러로 설정했다고 한다. 이보다 적게 버는 가구는 저소득층이란 얘기다. 이들 지역에서 매우 낮은 수준의 저소득층(very low income)은 연 소득 7만 3천300달러(약 8천6백만 원), 극빈층(extremely low income)은 연 소득 4만 4천 달러(약 5천2백만 원)로 한계선이 설정됐다. 
1인 가구라도 연 소득 8만 2천200달러(약 9천700만 원) 미만이면 저소득층으로 분류된다.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위치한 산호세 근처의 팔로알토 거주자의 평균 소득은 13만 달러가 넘고, 연 소득 35만 달러 이상의 연봉자가 중산층에 해당한다고 한다.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180628005000075)

그림의 떡. 이런 걸 보고 하는 이야기인가 보다. 길거리에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백만장자인 도시. 그런 도시는 상상 속에만 있을 줄 알았더니 현실로 존재하는 곳이 바로 샌프란시스코다.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우리는 여행자일 뿐이다. 한 달쯤 뒤면 이 곳의 평균 집값이 얼마인지 생수 한 병 값이 얼마였는지 기억할 필요도 없이 한국에서 김치찌개를 먹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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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2019.11.19]
유입 인구 6만 명 느는 동안 주택 수는 2만 개 증가…평균 집값이 우리 돈 15억원

현재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얼(대도시권) 주택 가격과 임대료는 IT 기업 붐이 일기 시작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올랐다. 샌프란시스코 부동산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샌프란시스코 집값 중간치는 140만 달러다. 평균 임대료는 월 3200달러를 넘어섰다. 월세·임대료를 감당 못해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사람이 늘고, 일자리 때문에 이사하고자 하는 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임금 상승률이 집값 상승세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다. BBC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에서 방 2개짜리 집에 살기 위해선 가구당 연봉이 12만 7000달러 정도는 돼야 한다. 그나마도 연봉의 30%만 쓰고 모을 때 가능한 일이다.

 

캘리포니아, 세계 5위의 경제 대국(?)

샌프란시스코가 속해 있는 캘리포니아주 전체를 살펴봐도 비슷하다. 면적은 남한의 약 4.3배이고 인구는 약 4천만 명 정도. 당연히 우리나라보다 널널하다. 
만약 캘리포니아가 하나의 국가라고 가정하더라도 경제규모(GDP) 측면에서 세계 5위에 해당한다(2조 7천억 달러)고 하니 부자 동네다. 영국(5위)이나 프랑스(6위) 보다 크고, GDP가 1조 6천억 달러인 우리나라보다 1.7배 정도 경제 규모가 크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인텔, 오라클, 샌디스크, 테슬라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우리가 알만한 굵직한 글로벌 IT기업들의 본사가 캘리포니아에 몰려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여기에 미국 제2의 유전지대이며, LA의 할리우드는 거대한 영화산업 그리고  세계 최대의 군사 산업도시인 샌디에이고까지...캘리포니아가 당장 독립해서 국가를 구성한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2016년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주민의 약 62% 지지를 받았던 민주당의 클린터 후보를 제치고 트럼프가 당선되자 "Not my president"라는 구호와 함께 연방을 탈퇴하자는 '칼렉시트('캘리포니아'(California)와 '탈퇴'(Exit))'의 주장이 잠시 나오기도 했었다.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가 강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이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났다. 진짜로 연방탈퇴를 원했다기보다는 선거 결과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이 극도로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다. 평소 부자 주인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낸 세금이 그들의 인프라 개선 등에 쓰이기보다는 국제분쟁이나 다른 주를 돕는 등 정부의 쌈짓돈으로 쓰인다는 불만이 함께 불거진 것이다.  

그러나 부유한 해안지역과 빈곤에 허덕이는 내륙(inland) 지역의 경제 격차는 큰 고민거리이다. 금문교를 건너 해안가에 위치한 마린(Marin) 카운티는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가까우면서도 자연환경이 아름다워서 부자들이 많이 산다. 중위가구의 연간 소득이 120,000달러(1.44억)로 캘리포니아 58개 카운티 중 가장 장사는 동네이다. 태평양 연안을 따라 샌디에이고까지 이어지는 서부 해안가의 대부분의 카운티가 연간 소득 상위에 포함되어 있다. 

이렇듯 미국 캘리포니아의 서부 해안가는 더 이상 보통 사람들의 도시가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이 격변이 있을 때마다 이상하게도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었다. 보통사람들은 그냥 성실하게 살았지만 언제나 격변의 실질적인 피해자가 되곤 했다. 특히 이곳에 사는 대부분의 이민자들과 유색인종들은 이런 부유한 사람들의 찬란한 일상생활을 위해 잡일을 거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더 이상 미국 서부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이방인들에게는 기회의 땅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