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Travel - miscellaneous essay

낚시 유감(遺憾)

Unique Travel 2020. 7. 19. 21:35

낚시 - 우리가 정말 낚아야 하는 것 

취향과 취미의 시대다. 낚시도 그 중 하나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낚시 인구가 850만에 달한다고 한다. 세계 3위의 낚시국이라 한다. 아이들 제외하면 우리나라 성인 중 거의 3~4명 중 한 명꼴은 낚시를 즐긴다는 이야기다. 한 종편의 '도시어부'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부쩍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옛날 낚시가 마치 회사 유니폼처럼 비슷한 복장을 갖춘 아저씨 군단의 전유물이었다면 요즈음은 남녀노소 누구나 가리지 않고 즐기는 것 같다. 비교적(?) 건전한 취미 중의 하나인 낚시의 저변이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일 수도 있다. 

나는 산 것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어딘지 찜찜하고(그렇다고 채식주의자나 불심이 깊은 사람은 아니다), 배멀미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낚시와 가깝지는 않다. 그러나 여행을 즐기는터라 낚시하는 이들과 바다와 강 등에서 동선이 겹치곤 한다. 그때마다 아쉽게도 그 옛날 강태공(姜太公)의 세월을 낚았다는 정취는 찾아 보기 힘들다. 입질이 소문난 '포인트'에는  십중팔구 수명을 다한 각종 낚시 어구들이 어지러이 버려져 있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준비해 온 라면, 과자, 술 등의 쓰레기들이 정취를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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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공은 3,000년 전의 인물로 중생가국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역사적 인물 중 한 명이다. 그에 관한 자세한 기록은 많이 남아있지 않지만 『사기(史記)』 「제태공세가(齊太公世家)」에서 보면 원래 동해(東海)01 근처 사람으로, 그의 선조가 우(禹) 임금 시절에 치수사업을 도와 그 공로로 여(呂) 땅을 받아서 제후가 되었다고 한다. 강태공은 그 후손으로 원래 성은 강씨(姜氏)이고 이름이 상(尙)인데, 봉해진 지역을 성(姓)으로 해서 ‘여상’이라고도 한다.

  위수(渭水)에서 주문왕(周文王)과의 만남으로도 유명한 강태공은 상제님께서 말씀하셨듯이 낚시 3천 6백 개를 버려가며 문왕을 기다렸다. 여기서 잠깐, 요즘 시대에 낚시 3천 6백 개를 버린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켜켜이 쌓여있을 낚싯대를 보고 진작에 누군가가 환경보호단체에 신고하고도 남을 일이다. 다행히 강태공이 살았던 시대의 낚싯대는 친환경적인 나뭇가지였을 테니 ‘위수가 멀쩡 하려나…’하는 걱정은 일단 접어두어도 좋을 것 같다.

  여하튼 이를 빗대어 중국에는 ‘태공조어 이수삼촌(太公釣魚 離水三寸)’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태공의 낚시 바늘이 수면에서 세치가 떨어져 있었다는 뜻이다(강태공이 낚시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중국인들이 흔히 인용하여 사용한다). 즉, 강태공은 자신의 뜻을 알아줄 현자가 나타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술을 닦으며 문왕을 기다렸고 마침내 부국강병 술 02를 천하에 내어 놓아 많은 사람들이 대업을 이룰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다양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끼 사용, 음식물 섭취, 포획물 손질, 용변 배설 등으로 인한 낚시인들의 환경오염 유발행위가 도를 넘어 가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낚시객에 의한 연간 오염물질 배출량은 낚시 미끼류 1만 3천 529t, 각종 쓰레기 2천865t, 납 유실 238t, 분뇨 3천795t. 어마어마한 숫자에 얼마나  많은 양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웬만한 중소도시 하나가 배출하는 쓰레기의 양이다. 문제는 이런 쓰레기의 대부분이 그냥 바다로 강으로 흘러들어간다는데 있다. 낚싯줄이 바다에 잘 가라앉도록 하는 낚시추는 바위 등에 끼어 바다에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낚시꾼들이 회수하기도 힘들어 매년 2000~3000톤의 낚시추가 바다에 버려진다. 

여기에 어족 자원 보호 목적으로 정해놓은 금어기, 수산자원 보호, 낚시활동 제한구역을 어기는 사람이 지키는 사람보다 많다고 한다. 약 5천척의 낚시 배에서 바다낚시로 잡아들이는 양이 11만 2천 840t에 달해 전체 어획량의 약 13%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 정도면 취미가 아니라 어부에 가깝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통계일뿐이다. 경험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기 힘든 이런 종류의 통계는 현실의 일부분만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드러난 통계보다 2~3배는 더 많은 쓰레기가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라밸이 중요하고 개인의 취미와 취향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취미가 누군가에게는 해(害)가 되고, 바닷속을 처참하게 만든다면 이것은 취미라기보다는 범죄에 가깝다. 

중앙일보 2020.7.18
중앙일보 2020.7.18

낚시를 떠나기에 앞서 좋은 낚싯대와 멋진 용품을 준비하는 것과 더불어 상식적인 '낚시 문화'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문화'는 글자 그대로 사회 구성원에 의해 후천적으로 습득되어 공유되는 지식, 신념, 행위의 총체이다. 즉 인간과 환경의 상호 작용으로 형성된 생활양식이라고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문화'는 사유할 수 있는 인간들만이 만들어 내고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오랜 시간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생활양식이 어떤 것인지 사회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이다. 

자연과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가면서도 얼마든지 낚시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다. 허락된 장소에서 자연친화적인 도구들을 이용하여 주변 자연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적절한 양만큼만 잡으면 된다. 먹고 마시고 사용한 쓰레기들은 잘 정리해서 집으러 가져가면 된다. '문화'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쑥스러울 정도로 평범하다.  

자연은 우리에게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다. 우린 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살다가 그 속으로 돌아간다. 어머니는 우리에게 끝이 보이지 않는 사랑을 주지만 우리의 잘못과 실수에는 관대하다. 아무런 나무람이 없다고 잘못과 실수가 반복되면 어머니는 마음 아파하신다. 어머니 사후에 생전의 잘못을 후회한 들 소용 없다. 

모든 낚시인들이 취미를 즐기는 그 곳이 각자 어머니의 품이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